한국프로야구 40주년…강팀에는 #뛰어난 포수가 있다 [신년 기획]
OSEN 홍지수 기자
발행 2021.01.05 14: 11

2021년은 한국 프로야구 40주년이 되는 해다. 그 동안에 많은 팀이 성공과 실패를 반복했다.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모든 팀들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고민을 한다. 
그렇다면 프로야구 10개 팀이 성공적인 한 시즌을 보내려면 어떠한 점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까. 1승을 위해서 많은 노력들이 모여진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선수들이 땀을 흘리고, 벤치에서는 감독을 비롯해 코치진이 쉴 틈 없이 작전을 세운다. 그리고 그들의 작전을 위해 전력 분석파트 포함 구성원들의 노력이 모여진다.
무엇하나 가볍게 여길 수 없지만 팀 구성원들의 모든 생각을 잘 받아들이고 실행될 수 있도록 움직여야 하는 특수 포지션인 ‘포수’를 주목해본다. 포수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다. 해마다 좋은 포수를 찾고, 만들기 위해 고민을 한다. 포수가 살아나야 팀이 산다.

NC 포수 양의지.

해태 타이거즈가 통산 9차례나 한국시리즈 정상에 섰던 원동력은 선동렬 같은 훌륭한 투수가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재일교포 김무종이나 장채근(홍익대 감독) 같은 명포수가 뒷받침했기 때문에 '명가'를 구축할 수 있었다. 
▲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포수의 중요성
2020년은 좋은 포수 한 명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할 수 있는 시즌이었다. 리그 9번째 구단인 NC가 포수의 중요성을 깨우쳐 줬다. 2018시즌 종료 후 FA 시장에 나온 양의지를 잡은 NC는 2020년 창단 처음으로 정규시즌 1위에 올랐고, 한국시리즈 정상에 서며 첫 통합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아무리 좋은 내야수, 외야수를 영입하고 경력이 화려한 외국인 선수를 데려와도 재미를 보지 못한 팀들이 많다. 여기에 좋은 포수 찾기, 만들기에 고민이 컸던 팀들은 상위권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런 점에서 NC는 좋은 포수 한 명을 데리고 있으면서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확실히 보여줬다.
한화 이글스와 경찰야구단에서 지도자 생활을 보낸 유승안(64) 전 감독은 포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 전 감독은 '명포수' 출신으로 경찰야구단에서는 양의지를 가르쳐 오늘날의 최고 포수로 키워냈던 인물이다. 현역 시절에는 MBC, 해태, 빙그레를 거치면서 통산 타율 2할6푼3리 92홈런 358타점의 기록을 남긴 ‘원조 공격형 포수’이기도 하다.
유 전 감독은 “NC 우승으로 입증이 됐다. 강 팀의 조건을 따져보면 투수 포함 모든 포지션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배터리가 중요하다고 본다. 투수와 포수가 안정감을 줘야 ‘센터라인’이 잡힌다. 투수와 포수가 약하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가 없다. ‘엄마’가 안정적이지 못하면 어떻게 집안이 평안하겠는가. 뭐든지 기초가 중요하다. 안정감, 지속성 모두 포수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구에서는 포수가 ‘안방마님’이자 '문지기'나 마찬가지다. 
▲ NC의 창단 첫 NC 통합 우승과 ‘양의지 효과’
양의지는 2007년 프로 데뷔 후 2018시즌까지 두산 베어스에서 활약했다. 그리고 2018시즌이 끝나고 FA 시장에 나왔다. 역대 FA 중 손꼽히는 선수였다. 7관왕 출신으로 일본 무대와 메이저리그 무대를 거쳐 고향 팀 롯데 자이언츠로 돌아가면서 4년 150억 원에 도장을 찍은 이대호 다음으로 대형 FA 계약을 맺은 선수가 양의지다. 양의지는 4년 125억 원에 NC 유니폼을 입었는데, 역대 FA 포수 중 최고였다. 
NC는 투자한 만큼 효과를 톡톡히 봤다. NC의 성공이 부러운 팀들이 한둘이 아니다. 특히 포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던 팀이라면 양의지가 FA 시장에 나왔던 당시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한 것을 두고 아쉬워할 것이다.  
유 전 감독은 “포수 고민을 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팀이 있다. 수십억 원을 써가며 선수를 영입했지만, 여전히 포수 고민이 있는 팀이 있다. 몸값이 비싼 선수를 사고도 5강에 들어가지 못했다면 세팅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그만큼 포수가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고 말했다.
유 전 감독은 "좋은 포수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 포수는 인내심과 체력, 강인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보편적인 훈련법만으로는 좋은 포수를 만들 수 없다. 다양한 훈련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꾸준히 좋은 포수를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적을 내려면 잘 성장한 포수를 찾아볼 필요도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 ‘포수가 편해야 동료들이 안정감을 갖는다.’
유 전 감독은 “모든 야수들은 포수를 보고 있다. 포수가 긴장하는지, 여유가 있는지, 잘하는지 못하는지는 선수들이 더 잘 안다. 블로킹을 잘 할 때와 못 할때, 쉬운 공을 놓칠 때 등 같은 팀 동료들이 가장 정확하게 본다. 그래서 포수가 중요하다. 포수는 두려움 없이 자신 있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 그래야 동료들이 동요하지 않는다”면서 “투수의 경우 커브 사인을 받았는데, ‘홈런 맞으면 어쩌지?’ 이러한 불안감이 생기면 안된다. 투수가 자신 있게 공을 던진다면, 포수가 리드를 잘 한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 점에서 양의지를 현재 한국 야구에서 최고의 포수로 뽑는 데 이견이 없다. 유 전 감독은 양의지에 대해서 “특별한 선수다. 느려 보이지만 순발력이 뛰어난 선수다. 예전에 해태 타이거즈 시절 장채근 포수도 그랬다. 체격이 매우 크지만, 순발력이 좋은 선수였다. 선동렬의 공을 받았던 인물이 아닌가. 양의지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보기에는 빠를 것 같지 않지만 민첩성이 뛰어난 선수다. 그리고 내적인 면으로 강한 선수다. 공격력도 현역 포수 중 최고가 아닌가”라며 추켜세웠다. 
포수의 임무를 두고 수비력과 공격력을 따지는 경우가 많은데 유 전 감독은 “포수는 수비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포지션이다. 그래도 타격이 좋으면 좋은 게 아닌가. 적어도 2할5푼 이상을 쳐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수비가 우선이다”면서 “공격도 잘하고 투수 리드, 경기 운영을 잘 한다면 양의지가 아닌가. A급 포수라고 하면 2할5푼 이상 타율에 좋은 리드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좋은 포수의 조건 기준을 제시했다.
유 전 감독은 프로 무대에 두 명의 아들을 두고 있다. 큰 아들 유원상(34)은 KT 위즈 소속으로 투수이며, 작은 아들 유민상(31)은 KIA 타이거즈 내야수다. 야구를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이다. 야구계에 오래 몸 담은 유 전 감독은 프로야구 40주년을 맞아 “모두 팀을 위해서, 한국 야구를 위해 움직였으면 한다. 개인 커리어도 중요하지만,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다함께 고민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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