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판 벌인 후배 자진하차→대체 선발→ERA 14.73, “얘들아 내가 미안해”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8.09 06: 06

돌부처는 도쿄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끝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지난 8일 저녁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2연패를 노린 도쿄올림픽에서 노메달 수모를 겪은 탓인지 감독을 비롯해 선수단 모두가 어둡고 우울한 표정 속 빠르게 공항 게이트를 빠져나갔다. 활약이 좋았던 박해민, 이의리, 김진욱, 김혜성 등은 인터뷰를 실시했으나 개인 성적보다 대표팀의 4위에 대한 아쉬움이 짙었다.
결과가 가장 충격적이었던 경기는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결정전이었다. 당시 1회 4실점 난조를 딛고 5회에만 대거 4점을 뽑으며 6-5 역전에 성공했으나 8회 믿었던 마무리 오승환이 무려 5점을 헌납하며 얼굴이 벌게진 채 마운드를 넘겼다. 한국의 노메달이 확정된 이닝이었다.

8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2020 도쿄올림픽’을 마친 국가대표 선수들이 귀국했다.야구대표팀 오승환이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2021.08.08 /cej@osen.co.kr

39세 노장 오승환은 원래 김경문호의 최종 엔트리 멤버가 아니었다. 올 시즌 소속팀 삼성에서 27세이브 평균자책점 2.52의 안정감을 뽐냈으나 세대교체 차원에서 선발되지 않았다. 마무리는 자연스럽게 고우석, 조상우 등이 맡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사이드암투수 한현희가 원정 숙소를 이탈해 술판을 벌인 불미스러운 일로 7월 17일 태극마크를 자진해서 내려놨고, 김경문 감독은 급하게 오승환에 SOS를 보냈다. “어려운 상황에서 팀을 다독여줄 베테랑이 필요했다”는 게 선발 이유였다. 그러면서 일찌감치 마무리로 그를 낙점했다.
그러나 우리가 알던 끝판왕은 없었다. 세월이 야속했다. 조별리그 첫 경기였던 이스라엘전에서 9회초 동점 홈런을 맞더니 동메달결정전에서 도미니카공화국을 만나 6-5로 앞선 8회 ⅓이닝 4피안타(1피홈런) 5실점 난조 속 패전투수가 됐다. 결국 이번 대회를 4경기 2승 1패 평균자책점 14.73의 아쉬운 성적으로 마무리한 돌부처다.
공항 현장에서 동메달결정전 이후의 현지 대표팀 분위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를 전한 선수는 루키 김진욱. 대선배 오승환과 같은 방을 쓴 그는 “룸메이트인 선배님이 마지막에 좋지 않으셔서 나도 마음이 아프고 속상했다”고 전했다.
특히 조상우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상우는 이번 대회 7경기 중 6경기에 등판해 8이닝 동안 146구를 던지는 투혼을 발휘했다. 일각에서 새로운 ‘국민 노예’의 탄생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국가대표팀에 모든 걸 쏟아 부었다.
김진욱은 “선배님이 너무 미안하다고 하셨다. 조상우 형을 비롯해 다른 선수들에게 승리를 지키지 못해 계속 미안하다는 말씀만 하셨다”고 안타까워했다. /backlight@osen.co.kr
8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2020 도쿄올림픽’을 마친 국가대표 선수들이 귀국했다.야구대표팀 김진욱이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2021.08.08 /c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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