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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세상人] 젠지 손창식 스카우트가 전하는 'e스포츠 스카우트의 세계'

[OSEN=고용준 기자] 지난 해 여름 코로나19의 암담한 상황 속에서 LOL 팬들에게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라이엇게임즈가 ‘마린’ 장경환, ‘프레이’ 김종인, ‘울프’ 이재완, ‘폰’ 허원석 등 LoL 1세대 레전드 4명과 함께 대국민 LOL 오디션 방송 ‘LoL THE NEXT(이하 롤 더 넥스트)’를 공개했다. 

롤 더 넥스트는 시작부터 화제였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화려한 커리어를 지닌 레전드 들이 멘토로 나서면서 초창기 팬들의 관심까지 끌어냈다. 본선에 진출했던 40인의 면면도 놀라웠다. 당시 한국 서버 랭킹 1위 이자 T1 연습생 ‘버돌’ 노태윤과 젠지의 연습생 ‘카리스’ 김홍조가 본선 진출자에 이름을 올리면서 더 화제가 됐다. 

여기다가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기존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들처럼 대회 입상자들이 프로게이머로 입단해 성장하는 과정도 지켜볼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방영하는 내내 세인들의 관심을 받았다. 

유망주 발굴 프로그램인 ‘롤 더 넥스트’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LCK 팀에 들어간 젠지 ‘버돌’ 노태윤, ‘오펠리아’ 백진성, T1 ‘오너’ 문현준 등 3명의 선수는 최저 연봉 지원을 받으면서 프로에 성공적으로 입문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카리스’ 김홍조를 포함해 이들은 결코 단순한 아마추어 꿈나무가 아닌 팀 소속으로 오디션에 참가했던 사실상의 프로였다. 누가 이들을 팀에 선발 시켰을까. 바로 스카우트들이다. 

국내 e스포츠 시장에서 간판 스카우트를 꼽으라고 하면 단연 젠지 손창식 스카우트를 꼽을 수 있다. 그는 지난 2019시즌을 앞두고 젠지에 합류해 ‘피넛’ 한왕호 영입을 신호탄으로 e 스포츠 스카우트의 세계에 뛰어든 그는 이듬해에도 2020시즌 스토브리그 이적 시장의 최대어였던 ‘클리드’ 김태민과 ‘비디디’ 곽보성 영입의 중심이 됐다. 기존 멤버였던 ‘룰러’ 박재혁을 포함해 여기에 ‘라스칼’ 김광희를 끌어들이면서 젠지는 2020시즌 ‘반지원정대’라 찬사를 얻기도 했다. 

사실 스카우트는 시즌 보다 비시즌에 더 바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 선정릉 젠지 사옥에서 만난 손창식 스카우트는 아직까지는 대중에게는 다소 생소한 스카우트 세계의 일상과 비전에 대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놨다. 

기존 스포츠에서 스카우트는 프로 스포츠팀의 프런트가 맡은 역할 중 하나로, 재능있는 아마 선수들과 접촉해 영입을 담당하는 직군이다. 당연히 선수 출신이 일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의 경우 1~2명의 스카우트가 아닌 ‘전력강화실’이나 ‘전력분석팀’을 꾸려 조직적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e스포츠에서도 스카우트의 역할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손창식 스카우트는 e스포츠 스카우트에 대한 설명으로 말문을 열었다. 영입에 대한 최종 결정은 선수단을 맡고 있는 이지훈 단장과 주영달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테프이지만, 손창식 스카우트는 영입에 관련된 과정을 정리해서 사실상 그 역할이 막중했다. 단순하게 1군 특급 선수 영입만 치중하는게 아닌 유망주들을 모아 팀의 미래를 결정하는 첫 출발점이 그였다. 

“보편적으로 e스포츠 스카우트는 선수 발굴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즉 기본적으로는 선수를 찾는 역할이에요. 이곳에서 저는 유망주 발굴과 함께 1, 2군 선수 영입도 담당하고 있죠. 비시즌에는 선수단 아카데미에 집중하기도 합니다.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을 드리자면, 시즌 중 일 때는 주로 유망주로 불리는 연습생을 찾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해요. 대상자를 찾게 되면 대상에 따라 바로 영입하기도 하지만, 우리 팀의 기준에 맞는 사람인지를 구분해서 영입에 대한 과정을 준비하죠.”

선수 출신이 아님에도 그의 해박한 LOL 프로스포츠의 이해도는 업계 관계자라면 모두가 인정할 정도다. 기자로 시작해 LPL OMG 코치, 프로게임단 킹존 프런트를 거쳐 다시 기자로 복귀하면서 경력을 착실하게 쌓아갔다. 특히 친화력에서 탁월했기 때문에 그의 가치를 진작 알아본 이지훈 단장은 그의 스카우트 지원을 반기면서 그대로 그를 젠지에 들어앉혔다. 

아직까지 e스포츠에서 전문 스카우트의 숫자는 극히 드물다. 2021시즌을 앞두고 일부 팀이 스카우트를 채용했지만 전체적인 판을 보는 이는 손창식 스카우트가 아직 유일하다. 

“스카우트는 분명 이곳에서는 생소한 직업이죠. 다른 팀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영역이 어디까지 인줄은 모르겠지만, 1, 2군을 포함해 아카데미 영입까지 다 맡고 있는 스카우트는 아직 저 밖에 없을 거에요. 사실 그 점이 부담되고 힘들기는 하고, 이 일을 하는 이유기도 해요. 이적 시장에서 좋은 선수들을 데리고 오기 위해서는 많은 계획이 필요해요. 저는 플랜 B, C까지 준비해야죠.”

사실 영입 대상 0순위에 올라와 있는 특급 선수들도 그렇고, 많은 팀들이 러브콜을 보내는 유망주들도 수많은 경쟁을 돌파해야 품에 안을 수 있다. 그에게 영입 노하우를 물어보자, 손창식 스카우트는 정성과 성의라는 말로 대신했다. 정성은 영입 대상자를 위한 팀의 준비라면 성의는 납득이 되게할 연봉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협상 테이블까지 데려오는 게 제일 중요하죠. 만나는 것 까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처럼 집 앞으로 찾아가면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늘었어요. 단순하게 선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만 높이는 구애가 아니라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협상 테이블로 선수를 모셔와야 해요. 회사의 입장을 전하는 위치이기는 하지만, 될 수 있으면 선수와 팀의 가교 역할로 선수들을 만나고 영입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아요.”

영입 과정의 일화를 묻자 손창식 스카우트는 지난 해 ‘반지원정대’ 영입 일화를 들려줬다. 

“돈이나 좋은 선수를 앞세워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지만, 저는 그 방법을 좋아하지 않아요. 오히려 영입을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해요. 만약 ‘룰러’ 선수를 앞세워 선수들에게 ‘룰러’랑 같이 우승을 만들자는 말을 할 수 있지만, 저는 라스칼과 비디디를 영입할 때 룰러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어요. 그 두명이 가지고 있는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위주로 했어요. 킹존 사무국 때 인연으로 친분이 있었지만, 일로 만난 상황이라 스카우트로서 해야 할 역할만 했어요. 그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원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유도한 것 밖에 없어요.”

“하나 더 예를 들자면 e스포츠의 경우는 누가 잘하는지 팬 들도 다 알고 계세요. 열성 팬 분들은 모든 경기를 다 보시는 분들이 계시니까요., 그래서 종종 제 개인메일로 팬 분들의 작성한 스카우팅 리포트가 와요. 하지만 아쉽게도 타당한 근거가 빈약한게 많아요. 이 선수는 잘하는데 다만 팀하고 스타일이 맞지 않는다는 주관적인 의견을 전해주세요. 그런데 스카우트는 설득을 해야 돼요. 선수든, 회사든 설득이 되야 그에 동반해서 추천이 가능해지는 거죠.”

덧붙여 그는 스카우트가 가져야 할 직업 철학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앞서 잠깐 이야기한 팬들의 관심을 전하면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어린 조언을 이어갔다. 

“회사에도 공개하지 않는 저만의 스카우트 리포트가 있기는 해요. 성향과 성격들을 정리해 놓은 겁니다. 다섯 명이 하는 단체 경기다보니 e스포츠 선수들은 어린 사람들이 많아 성격적인 부분을 정말 많이 생각해야 합니다. 필요한 점을 리포트에 작성해서 정리가 되면 공유하고는 해요. 스카우트는 정말 객관적이고 냉정해야 해요.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는 팬심을 빼셔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차기 시즌 구상에 대해 묻자 손창식 스카우트는 “매년 트렌드가 있어요. 2019 스토브리그는 속도전이었죠. 다수의 팀이 팬분들을 의식해 늦춰서 발표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우리 팀의 경우에는 도장을 찍자마자 발표했죠. 작년 2020 스토브리그는  속도전이 아니었어요. 이번에는 그 이전 보다 더 장기전이 될 것 같아요. 별개의 이야기가 될 수 있지만 ‘라스칼’ 김광희 선수와 계약이 올해까지”라며 “스카우트는 당연히 준비를 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라스칼이 팀에 남는 상황과 떠나는 두 가지 상황을 다 고려해 고민해야 해요. 구체적인 그림은 10월이 되야 나올 것 같아요. 그래도 롤드컵에서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선수라 개인적으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어요”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손창식 스카우트는 선수를 평가할 때는 냉정해야 하지만, 주관적인 영역에 대해서도 언급을 잊지 않았다. 

“앞으로 스카우트를 희망하시는 분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냉정함이나 팬심과는 별개로 주관적인 영역도 있어야 해요. 객관적인 지표는 e스포츠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누구나 볼 수 있어요. 주관의 영역은 자신의 정보로 싸우는 것이죠. 자료의 함정에 빠지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요. 데이터나 솔로랭크 자료만 신뢰할 경우 함정에 빠질 수 있어요. 어떤 선수는 아이디 3개의 용도가 다 달라요. 하나의 아이디는 이런 용도로, 또 다른 아이디는 또 다른 용도로 사용하죠. 주관의 영역을 키우신 분들이 많이 스카우트의 세계에 들어오시기를 기대해봅니다.” /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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