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정→천서진→박연진"..희대의 악녀=재발견史 [Oh!쎈 레터]
OSEN 최이정 기자
발행 2023.01.23 16: 38

주인공을 빛나게 해 주는 것을 넘어 그 자체로 매력을 발산하는 드라마 속 악녀들이 존재해왔다. 극악무도 '나쁜 X'이지만 배우의 찰떡같은 캐릭터 소화력과 사람을 홀리는 비주얼 등으로 사랑받은 악녀들.
희대의 악녀 캐릭터는 배우의 재발견을 이끌어냈음은 물론이다. 거슬러 올라가 '장희빈'까지 도달할 수도 있겠지만, 비교적 최근(수년 내) 신드롬으로 불릴 만한 대한민국의 대표 악녀들을 살펴봤다. 

- '연민정' 이유리 
2014년 MBC '왔다! 장보리'(극본 김순옥, 연출 백호민)에서 배우 이유리가 연기한 연민정 캐릭터는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악녀 연기’의 끝판왕이다.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표독스러운 인물로 자신의 출세를 위해 친딸까지 버리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지탄을 받았다.
이유리는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52회 동안 연민정으로 나오면서 나쁜 짓을 정말 많이 했다. 한 번도 진실을 말한 적이 없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또 OSEN과의 인터뷰에서 "대본을 보면 비아냥, 비웃는, 하찮은, 협박 등이 (감정을 나타내는) 대본 지문에 다양하게 적혀있다. 이를 여러 방향으로 연구한다"라며 "만약 협박이라면, 1번 협박, 2번 협박, 3번 협박이 있다"고 설명, 캐릭터를 위해 노력한 부분을 설명했다.
당시 ‘왔다! 장보리’는 이유리의 악녀 캐릭터 열연으로 무려 37.3%(닐슨코리아, 전국방송가구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이처럼 ‘국민 악녀’라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로 맛깔 나는 악녀 연기를 펼친 이유리는 그 해 연말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이유리는 이 같은 타이틀을 지우기 쉽지 않았지만 이후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한 꾸준한 노력으로 계속해서 색다른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 '천서진' 김소연
2021년 방송된 SBS '펜트하우스'(극본 김순옥, 연출 주동민)의 청아재단 이사장 천서진은 그야말로 극악무도한 악행 속에서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충격을 선보였던 바다. 
김소연은 MBC '이브의 모든 것' 이후  약 20년 만에 악역에 도전,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드러내는 눈빛, 몸을 사리지 않는 광기 어린 열연으로 '악녀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천서진은 증거인멸을 위해 유심칩까지 씹어먹는 모습을 보여줘 보는 이의 소름을 돋게 했는데, 오랜시가누 내공을 쌓은 김소연이 '인생캐'라 부를 만 했다.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연기, 패션, 비주얼 모든 부분에서 빈틈없는 노력을 빛내며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했던 김소연은 제 57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여자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이처럼 일생에 두 번의 악역을 연기한 김소연은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악역을 많이 하지 않았냐고 한다"라고 묻는다고. 그 만큼 김소연의 캐릭터 소화력을 말해주는 것이다.
가장 반전은 김소연은 일상 속에서 천서진과는 180도 다른 천사라는 점. 많은 이들이 입을 모아 그의 착한 인성에 대해 전한 바 있다.
- '박연진' 임지연
2023년의 포문을 연 악녀는 단연 박연진이다. OTT의 영향력 확장과 더불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 연출 안길호)가 화제의 작품이 됐고, 박연진은 앞서 두 인물과 결을 달리하는 학폭 가해 주동자 악녀 캐릭터로 전세계 시청자들의 뒷목을 잡게 했다.
박연진은 유년 시절부터 주인공에게 학교 폭력을 가하고 주도하는 인물. 돈 많은 집안에서 태어나 하고 싶은 대로 하며 거리낄 것 없이 폭력을 행사한다. 처벌을 받지도, 기록이 남지도 않기에 피해자를 악랄할 정도로 지독하게 괴롭혀 보는 이의 분노와 슬픔을 자아낸다. 그렇게 탄탄대로로 살다가 피해자의 피 같은 복수와 마주하며 점점 이성을 잃고 폭주한다. 그럼에도 반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동정심을 1도 가질 필요가 없는 악하고 지독한 캐릭터다.
이런 박연진을 연기한 임지연은 자신의 이름을 단번에 알린 데뷔작 영화 '인간중독'의 강렬함 보다 한층 더 진폭 있게 배우로서 재발견을 이끌어냈다. 임지연은 전에 본 적 없는 낯선 얼굴로 대사 한 마디 한 마디, 몸짓부터 작은 미소까지 소름끼치도록 악랄하고 얄미운 악역을 성공적으로 소화했다.
단연 임지연의 필모그래피에서 대표작으로 꼽힐, 인생 캐릭터로 회자될 박연진, 그리고 '더 글로리'다.
- 역시 '박연진' 신예은
'더 글로리'의 임지연과 더불어 나란히 재조명된 배우는 그의 아역을 연기한 신예은이다. 신예은은 박연진의 학창 시절을 연기하면서 극의 초반 몰입감을 제대로 살렸다.
극 중 신예은은 임지연 보다 직접적으로 박연진의 악행을 그려냈다. 고데기로 피해자의 팔을 지지며 평생 지울 수 없는 흉터를 몸에 남기는 끔찍한 장면 등.
부, 미모 등 모든 것을 다 가지고 태어났지만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 능력은 바닥인 어린 박연진은 신예은의 해맑고 사랑스러운 얼굴 속에 비릿하게 탄생했다. 2018년 웹드라마 '에이틴' 이후 청순 여신, '신박한' 예능캐로 사랑받은 신예은이 데뷔 후 지금까지 보여준 연기와는 전적으로 다르다.
그간 여러 작품을 연기하며 시청률 부침을 겪기도 한 신예은은 한 인터뷰를 통해 이와 관련, "내가 다 잘못한 것 같다. 결과가 안 좋으면 자책하게 돼 힘들다"라며 "나만 피해 보면 상관없는데 모두가 이런 결과를 받으면 '나 때문인가?' 하는 생각 때문에 힘들다. 그냥 더 잘하고 싶다"며 눈물을 펑펑 흘리기도. 
'더 글로리'는 이 같은 고민의 시간을 겪은 신예은의 진가가 발휘된 작품이기도 하다. 데뷔 후 줄곧 드라마 주연만 하던 신예은이 분량을 벗어나 캐릭터에 집중하며 얻은 값진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박연진은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었지만 신예은이 분한 학창시절의 그는 아직도 잔상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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