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적인 플레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시선에 따라서는 밉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26)의 일거수일투족이 최근 프로야구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황성빈은 올해 여러차례 본의 아닌 구설에 오르고 있다. 황성빈은 지난달 26일 광주 KIA전에서 양현종과 누상에서 신경전을 벌였다. 황성빈은 1루에 출루한 뒤 다리를 움직이며 도루를 하려는 움직임을 펼쳤다. 다소 과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양현종은 황성빈의 모션에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기도 했다.
미묘한 상황으로 변할 수도 있었다. 양현종은 당시 황성빈의 모션에 대해 “순간 의식도 되고 조금 신경 쓰이기도 했다. 황성빈 선수에게는 당연한 플레이라고 생각했다. 투수를 괴롭히고 나를 흔들리게 하는 게 황성빈 선수의 할 일이고 임무다. 최대한 동요하지 않으려고 했다. 나도 사람인지라 표정에서 드러난 것 같다”라고 말한 바 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황성빈의 모션에 민망해 했다. 그는 “주자로 나가서 과하게 하면 안된다. 상대도 신경 안 쓰는 게 맞지만 상대를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것이다. 내가 직접 이야기는 안했지만 코치들에게 ‘상대를 자극하는 것은 신경쓰라’라고 했다”고 밝혔다.
황성빈의 ‘갈까말까’ 모션은 KBO리그에서 뜨거운 자세가 됐다. 다른 팀 선수들도 황성빈의 모션을 ‘패러디’ 하면서 일종인 ‘밈화’가 됐고 팬들을 유쾌하게 만드는 장면이 됐다.
염 감독은 “켈리가 화를 낸 이유는 완전 파울이었다. 그런데 1루 선상 끝까지 갔다. 모든 사람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천천히 돌아왔다. 몇초 동아 기다리게 하니까 덕아웃 선수들도 모두 화가 났더라”라면서 “그라운드에서 하는 플레이는 자신의 야구니까 괜찮다”라면서도 “야구 스타일은 좀 고쳐야 할 것 같다”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날 황성빈은 총 7차례나 피치클락을 위반했다.
김태형 감독은 다시 한 번 황성빈의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상대 투수 입장에서는 신경 쓰일 수 있다. 하지만 황성빈이 박한이(삼성 코치)처럼 루틴이 좀 있다. 이 같은 이야기가 계속 나오면 선수가 위축될 수 있다. 본인이 신경써야 할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황성빈의 최근 모습은 열정이라고 비춰질 수도 있고 밉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지난 2년 동안은 배트 던지기로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자칫 다른 구단 선수들, 팬들에게는 밉상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오해를 살 수밖에 없는 플레이라고 해도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성빈은 롯데에 필요한 캐릭터다. 롯데에는 황성빈처럼 발 빠르고 기민하게 움직이면서 상대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선수가 그리 많지 않다. 롯데 야수진은 전통적으로 우직하고 정적인 선수들이 많았다. 팀 컬러 자체가 역동적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롯데는 야구 스타일 자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짜내기’, ‘세밀함’ 등 이런 단어와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황성빈은 정적인 롯데의 야구에 동적으로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선수다. 우직한 선수들 사이에 날렵한 선수가 끼여있으면 상대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롯데 입장에서는 이런 열정이 필요했고 결과적으로 황성빈의 활약 덕분에 8연패 탈출과 2연승을 완성할 수 있었다. 황성빈은 지난 18일 잠실 LG전이 끝나고 “어느 누가 저를 봐도 열심히 안 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열심히 하는 그 이미지가 이제 상대팀에서는 불편하다고 생각하고, 저도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이것저것 신경 쓰면, 내가 준비한 거를 아예 못한다고 생각해서 최대한 신경을 안 쓰려고 한다. 팀 선배들도 ‘네가 하고 싶은 야구를 하는 게 좋다’고 많이 밀어주시고 응원해주신다”라고 설명했다. 지금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선을 넘어버리면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롯데에는 이런 유형의 황성빈이 언제나 필요했다. 황성빈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그라운드에서 증명하고 있다.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