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ML 최고 좌완은 류현진인데…일본 괴물이 역사 바꾸나, 데뷔하자마자 5연승 'ERA 0.78' 전체 1위 괴력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4.05.03 06: 55

아시아 출신 메이저리그 투수 중 최고 좌완은 이견의 여지 없이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이다. 지난 2013년 LA 다저스에서 데뷔한 후 지난해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까지 메이저리그 10시즌 통산 186경기(185선발·1055⅓이닝) 78승48패 평균자책점 3.27 탈삼진 934개 성적을 남겼다. 
누적 기록에서 류현진을 넘는 아시아 좌완은 없다. 일본인 좌완 이시이 가즈히사가 2002~2005년 4년간 105경기(102선발·564이닝) 39승34패 평균자책점 4.44 탈삼진 435개를 기록했지만 류현진에게 명함을 못 내민다. 대만인 투수 천웨인이 2012~2019년 8년간 219경기(170선발·1064⅔이닝) 59승51패 평균자책점 4.18 탈삼진 846개로 활약했지만 류현진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단기 임팩트로 봐도 아시아 좌완 중 류현진이 최고였다. 2019년 다저스 시절 29경기(182⅔이닝) 14승5패 평균자책점 2.32 탈삼진 163개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아시아 투수로는 최초로 평균자책점 1위(NL)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사이영상 2위에 올랐다. 이듬해 토론토로 옮겨서도 AL 사이영상 2위로 2년 연속 포디움에 들었다. 

[사진] 시카고 컵스 이마나가 쇼타.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LA 다저스 시절 류현진. 2019.09.05 /dreamer@osen.co.kr

그런데 올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일본인 좌완 투수가 류현진의 5년 전 단기 임팩트를 넘보고 있다. 지난겨울 포스팅을 통해 시카고 컵스와 4년 5300만 달러에 계약한 이마나가 쇼타(31)가 그 주인공으로 데뷔 시즌부터 역대급 스타트를 끊으며 빅리그를 발칵 뒤집어놓고 있다. 
이마나가는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뉴욕 메츠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7이닝 3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컵스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달 27일 보스턴 레드삭스전 이후 첫 4일 휴식 등판이었는데 87개의 공으로 7이닝을 던지는 효율성을 뽐냈다. 최고 시속 93.4마일(150.3km), 평균 91.2마일(146.8km) 포심 패스트볼(46개)을 중심으로 주무기 스플리터(30개), 스위퍼(9개), 커브(2개)를 섞어 던졌다. 9개의 헛스윙을 뺏어낸 스플리터가 특히 위력적이었다. 시즌 전체로 봐도 헛스윙 유도율 43.4%에 달하는 마구다. 
[사진] 시카고 컵스 이마나가 쇼타.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WBC 일본대표팀 시절 이마나가 쇼타. 2023.03.10 /spjj@osen.co.kr
178cm, 79kg 좌완 이마나가는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에서 2016년 데뷔 후 지난해까지 8시즌 통산 165경기(1002⅔이닝) 64승50패 평균자책점 3.18 탈삼진 1021개로 활약한 뒤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일본에서도 특급 투수이긴 했지만 리그를 지배할 정도로 압도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2일까지 올 시즌 6경기 5승 무패 평균자책점 0.78로 메이저리그 첫 해부터 압도적인 성적을 내고 있다. 규정이닝 투수 84명 중 유일한 0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이 부문 전체 1위. 34⅔이닝을 던지며 삼진 35개를 잡아냈고, 볼넷은 4개만 줬다. 9이닝당 볼넷이 1.04개에 불과하다. WHIP(0.75), 피안타율(.172)도 각각 리그 전체 3위, 10위. 
‘MLB.com’을 비롯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데뷔 첫 6번의 선발 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78은 1981년 다저스 페르난도 발렌수엘라(0.33), 1945년 보스턴 데이브 페리스(0.50), 1913년 애틀랜타 애슬레틱스 밥 쇼키(0.75)에 이어 역대 4번째 낮은 기록. 개막 이후 선발 5연승과 무패 기록은 2002년 다저스 이시이, 2014년 뉴욕 양키스 다나카 마사히로에 이어 일본인 역대 3번째. 
이날 경기를 마친 뒤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마나가는 “오늘 패스트볼 구속은 빠르지 않았지만 포수 미겔 아마야와 소통하면서 상대 타자들의 빗맞은 타구를 만들어낸 게 좋았다. 구위가 좋지 않은 느낌이 들어 컨트롤에 더 신경썼는데 이닝을 거듭할수록 좋았다”며 “지금 기록들은 내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좋다. 1년 내내 이렇게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이런 성적을 계속 낼 순 없다. 지금은 나에 대한 데이터가 적다. 더 높은 레벨의 상대가 나타났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LA 다저스 류현진이 NL 평균자책점 1위를 확정한 뒤 가족들을 향해 손 인사를 하고 있다. 2019.09.29 / soul1014@osen.co.kr
[사진] 시카고 컵스 이마나가 쇼타.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마나가 말대로 지금 성적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2019년 류현진도 그해 5월(6경기 5승 ERA 0.59), 7월(5경기 2승 ERA 0.55) 0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지금 이마나가 뺨치는 기간이 있었다. 하지만 시즌 후반이 힘이 떨어지며 1점대 평균자책점이 깨지고, 아시아 투수 최초 사이영상도 아깝게 놓쳤다. 
하지만 이마나가가 쉽게 무너질 투수가 아닌 건 분명해 보인다. 적장인 카를로스 멘도사 메츠 감독도 “이마나가가 잘 던졌다. 패스트볼이 효과적이었고, 스플리터는 아주 좋은 구종이다. 타자들의 타이밍을 무너뜨리는 투구였다”고 치켜세웠다. 크레이그 카운셀 컵스 감독은 “이마나가는 인지 능력이 뛰어난 선수”라며 7회 피트 알론소의 빗맞은 땅볼 타구를 처리할 때 보여준 기민한 수비를 칭찬했다. 
[사진] 시카고 컵스 이마나가 쇼타.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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